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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 환승제도 탈퇴 선언: 서울의 '마지막 발'이 멈추는가

by junsukb 2025. 9. 22.

 

마을버스, 멈춰서는가 - 대중교통의 씁쓸한 현실

서울 마을버스, 환승제도 탈퇴 선언의 깊은 의미

마을버스가 멈춰 서려는가. 2026년 1월 1일, 서울의 마을버스들이 환승제도에서 이탈하겠다는 선언은 단순한 업계의 엄포가 아니다. 이는 지난 20년간 누적된 공공서비스의 균열이 마침내 폭발 직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신호다. ‘달릴수록 손해’라는 역설적인 외침 속에는 서민의 발을 지탱해온 마을버스 업계의 절박한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는 서울의 대중교통을 이야기할 때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먼저 떠올린다. 이들은 서울의 혈관처럼 촘촘히 얽혀 도시를 움직이는 동맥과 정맥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혈관들이 닿지 않는 곳, 주택가 골목과 언덕길을 묵묵히 오르내리며 시민들의 마지막 한 걸음을 책임지는 것은 다름 아닌 마을버스다. 이들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채우는 생활 밀착형 공공재였다. 아침 출근길 직장인, 장바구니를 든 주부, 등굣길 학생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었던 것이다.

2004년, 서울시의 대중교통 환승제도 도입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단일 요금으로 환승할 수 있게 되면서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었고, 대중교통 이용률은 급증했다. 마을버스 역시 이 제도의 핵심 축이었다.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마지막 1마일'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영광의 그늘 아래, 마을버스 업계는 켜켜이 쌓이는 적자의 늪에 빠져들었다. 환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운송 손실을 보전받지 못하는 기형적인 구조 때문이다. 시내버스가 서울시의 재정 지원을 받는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마을버스는 온전히 민간의 힘으로 적자를 감당해야 했다.


'달릴수록 손해'의 역설: 누적된 적자의 늪

마을버스 업계가 밝힌 누적 적자는 20년간 1조 원이 넘는다. 이는 결코 과장된 주장이 아닐 것이다. 환승 승객 1인당 발생하는 손실은 약 600원. 마을버스를 타는 승객의 절반 이상이 환승 승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적자 폭은 상상 이상이다. 운송수익금만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서울시의 재정 지원은 가뭄에 콩 나듯 부족했다. 2015년 이후 요금 인상이 한 차례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인건비, 유류비, 물가 상승분을 따라잡지 못했다. 기업이라면 진작에 도산했을 경영 환경 속에서 마을버스 업계는 묵묵히 버텨왔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운송 원가 산정 방식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는 마치 낡은 계산기로 최첨단 기술의 원가를 따지는 격이다. 20년 전의 기준에 갇혀 최소한의 경영난 해소조차 외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달릴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 속에서 버텨온 힘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시민의 발을 책임지는 공공의 역할에 대한 묵묵한 책임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감만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는 없다. 이들의 목소리는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절규가 되었다.


서울시의 책임과 외면, 그리고 소통의 부재

서울시의 대응은 실망스럽다. 마을버스 업계의 호소를 '일방적인 압박'이자 '시민을 볼모로 한 행동'으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비난을 통해 상황을 모면하려는 태도로 비친다. 물론 일부 업체들의 회계 부실이나 보조금 악용 사례를 지적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일부의 문제를 전체 업계의 목소리를 깎아내리는 빌미로 삼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는 서울시가 관리 감독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자성의 목소리로 돌아와야 마땅하다.

서울시는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마을버스는 서울시의 대중교통 체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만약 마을버스가 환승제도에서 이탈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마을버스 이용 시 별도의 요금을 내야 하고, 환승 할인 혜택은 사라진다. 특히 언덕길이 많은 서울의 지형적 특성상 마을버스는 노약자나 교통약자들에게 필수적인 이동 수단이다. 이들에게 요금 부담은 곧 이동권의 제약으로 이어질 것이다.

마을버스 업계의 요구는 단순하다. 공공 서비스에 대한 합당한 보상, 즉 운송 원가를 현실화하고 적절한 재정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무작정 요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행 요금 체계 내에서 지속 가능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최소한의 숨통을 트이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공공 서비스의 미래를 위한 해법

서울시는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 양측이 강 대 강 대결로 치달을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시민들이다. 시급한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운송 원가 재산정 및 현실적인 재정 지원 방안 마련이다. 현재의 재정지원금 산정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인건비, 유류비, 차량 관리비 등 제반 비용을 현실에 맞게 반영하고, 이 적정 원가를 기준으로 손실을 보전해주는 합리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마을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는 같은 공공재의 성격을 띤다. 시내버스에만 준공영제를 적용하고 마을버스는 외면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준공영제 도입이 어렵다면, 환승 손실분만큼은 정부가 보전해주는 '환승손실보전제'와 같은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양측의 투명한 소통과 협의를 재개해야 한다. 마을버스 업계는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보조금 사용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업계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일방적인 비난이 아닌 파트너로서 협의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

마을버스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두에게 패배를 안겨줄 것이다. 시민들은 교통 불편을 겪고, 마을버스 업계는 수익 감소로 더 큰 경영난에 빠질 것이며, 서울시는 시민들의 신뢰를 잃을 것이다. 마을버스의 ‘달릴수록 손해’라는 역설적인 외침이 ‘달릴수록 시민과 상생하는’ 희망적인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서울시와 마을버스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20년 만에 터진 이 균열을 봉합하여 지속 가능한 대중교통 시스템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서울 시민의 발을 지키는 것은 곧 서울의 미래를 지키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